삽살개

시골 생활

천진이 2009. 10. 18. 13:44

강원도 영월로 이사 온지도 거의 6개월이 지났다. 그동안 정신없이 살았다.

 

이젠 동네에 누가 사는지 조금은 아는데 며칠전, 아침부터 반장 할머니가 오셔서 오늘 박물관 광장에서 개 주사 맞히러 오후 1시까지 나오라고  당부하신다. 궁금 하기도 하고 손자까지 데리고 기운 센 두 놈이나 데리고 나가기가  약간 난감하기는 했다. 마침 직원도 출장 중이고 혼자 조용한 박물관을 지키고 있는데 1시가 되자 마을 사람들이 자기 집 개들을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다. 제법 수십 마리가 나와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데 개 평생 처음 외출한 개 들이 부지기수 였다. 더러는 얌전하고 더러는 흥분해 하니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작은 녀석들을 때리고 개 판이었다. 동네 동물병원이 없으니 우리도 제천까지 데리고 나곤 했는데 강원도는 여러가지로 복지는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.

 

이웃에 사는 부녀회장님도 시꺼먼 한 놈을 데리고 나타났다. 인사를 나누고 오늘 맞는 주사가 무슨 종류인가요 물으니 몰라요 독감 예방 주사 겠지요 하면서 3년 동안 주사라고는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고 그런다. 조금 있으니 옆에 사시는 목사님 사모님께서도 백구를 데리고 오셨다. 무슨 주사예요하니 몰라~ 신종인풀렌자 아니고 맞힐게 있나 그러신다. 사람도 아직 다 예방접종이 안되는 걸로 아는데 아무리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곳이지만 이건 아닌데----

30분이 지나자 뚱뚱한 수의사님이 나타 나셨다.재빨리 다가가 무슨 주사입니까 물으니 광견병 예방 접종 이란다.몇 번 맞은 애들은 내성이 있어서 안 맞히도 된단다. 속으로,  전에도 잎마개 뒤집어 쓰고 몇번 맞은 반항이 심한 번개놈은 놔두고 착한 초롱이만 맞혀야 겠다고 집으로 전화하니 전화를 안 받는다.못오면 할수없지 손자가 자나보다 하고 있는데---

 

그 때 내 눈을 의심했다.  동네 기준으로 젊은 할아버지가(=옆지기) 앞으로 뚱땡이 손자 업고,  25키로 나가는번개와 초롱이 두 녀석을  같이 엮어서 데리고 나타났다. 그 모양새도 기이하고 삽살개도 처음 보는 동네 사람들 모두 구경하고 한 마디씩 뭐라고 한다. 뒤이어 손자와 번개는 내가 데리고 있고  얌전한 초롱이도 반항 하는걸 겨우 맞히고 손자는 잠시 두고 할아버지는  두 놈을  데리고 집에 돌아갔다.

 

길 가 집인 탓에 지나가는 개들을 다 볼 수 있는데다 그렇게 많은 개들을 본게 애네들도 처음이었다. 얼마 후 다시 박물관에서 손자 데리고 갈려고 준비하는데 출입문을 밀치고 스윽 들어서는 시커먼게 있어 보니 번개였다. 내 생애 이렇게 놀라 보기는 처음이었다.

궁금한거도 많고 흥분도 하여 장애물이 많고 미스터리한 곳을 월장하여 박물관에 나타난 것이다. 대문은 굳게 닫혀 있는데~

자씩! 뭐가 그리 궁금한지 잘 생긴 암넘들도 한마리도 없드만.

그 날 하루가 그렇게 정신없이 가 버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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